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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잘 안 들리면 치매 위험이 높아질까?|난청과 치매의 관계·보청기 효과

몇 달 전부터 시댁에 갈 때마다 놀라는 일이 있습니다.

시댁은 대문에서 코너를 돌아야 거실 문이 나오는 구조인데, 어느 날부터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TV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갈 때마다 TV 볼륨 숫자도 조금씩 올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걱정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귀가 잘 안 들리는 건 자연스러운 거지.”

저도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귀가 잘 안 들리는 난청이 치매 위험과도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것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그리고 난청이 있다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까요?

궁금해서 하나씩 알아봤습니다.

난청 한눈에 보기

난청이 있다고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은 난청은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잘 듣지 못하면 대화가 줄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우며, 듣기 위해 뇌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보청기가 모든 사람의 치매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난청을 방치하지 않고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가족의 말을 잘 듣지 못해 다시 묻는 60~70대 어르신의 자연스러운 모습
가족의 말을 잘 듣지 못해 다시 묻는 60~70대 어르신의 자연스러운 모습


귀가 잘 안 들리면 정말 치매 위험이 높아질까?

먼저 가장 궁금한 부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난청이 있는 사람에게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가 더 많이 나타나는 연관성이 관찰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난청이 의사소통의 어려움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는 꼭 구분해야 합니다.

난청이 치매를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난청과 치매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와, 난청이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말은 다릅니다.

나이, 혈관 건강 등 두 질환에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귀가 잘 안 들리면 치매에 걸린다.”

가 아니라

“난청은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어 그냥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귀가 안 들리는 것과 뇌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저도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것과 기억력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아직 모든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우선 잘 듣지 못하면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잘 들리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난청이 있는 사람은

“방금 뭐라고 했지?”

하며 계속 집중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대화와 사회활동의 감소입니다.

말을 자꾸 놓치면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몇 번 되묻다가 나중에는 귀찮고 미안해서 그냥 가만히 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도 치료되지 않은 난청이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외로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족들이 대화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해 조용히 앉아 있는 어르신의 모습
가족들이 대화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해 조용히 앉아 있는 어르신의 모습


그렇다면 보청기를 쓰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그럼 보청기를 사용하면 치매를 막을 수 있는 걸까?”

현재로서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70~84세의 난청이 있는 노인 9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CHIEVE 연구에서는 보청기 제공과 청각 상담 등을 포함한 청각중재가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3년 동안 살펴봤습니다.

전체 참가자를 놓고 봤을 때는 청각중재를 받은 사람과 건강교육을 받은 사람 사이에 인지기능 저하 속도의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참가자들을 따로 살펴보자 결과가 달랐습니다.

이 집단에서는 청각중재를 받은 사람들의 인지기능 저하가 더 느리게 나타났습니다. 이후 분석에서도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청각중재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까 이 연구를 가지고

“보청기를 쓰면 치매를 50% 예방한다.”

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정확하게는 모든 노인에게 같은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은 일부 노인에게는 난청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고 보청기에 대해 상담하는 어르신의 모습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고 보청기에 대해 상담하는 어르신의 모습


이런 변화가 있다면 청력을 한번 확인해보세요

난청은 어느 날 갑자기

“이제부터 나는 귀가 안 들린다.”

하고 시작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조금씩 진행되다 보니 본인보다 가족이 먼저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TV 소리를 예전보다 크게 틀거나, 상대방에게 자꾸 다시 말해 달라고 하거나, 조용한 곳에서는 괜찮은데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대화를 알아듣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가족이

“요즘 TV 소리가 너무 커졌어.”

라고 자주 말한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말고 청력 상태를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난청은 정도와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보청기가 필요한지 여부 역시 청력검사와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난청과 치매 FAQ

Q1. 귀가 잘 안 들리면 치매에 걸리나요?

A. 아닙니다. 난청이 있다고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러 연구에서 난청과 인지기능 저하·치매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됐기 때문에 난청을 장기간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WHO 역시 청력 손실을 치매 위험과 관련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설명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Q2. 보청기를 사용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나요?

A. 현재 근거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보청기가 치매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난청이 있으면서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은 일부 노인에게 청각중재가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가 있습니다.

Q3. 나이가 들면 귀가 안 들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A.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성 난청은 흔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함을 무조건 참고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청력 저하는 의사소통과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청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세계보건기구


마무리

처음에는 저도 귀가 잘 안 들리는 것과 치매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난청이 있다고 해서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잘 듣지 못하면 대화가 어려워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으며, 난청과 인지기능 저하·치매 위험의 연관성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예전보다 잘 안 들린다는 변화를 그냥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자꾸 말을 되묻거나 TV 소리가 눈에 띄게 커졌다면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고 지나치기보다 한 번쯤 청력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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